모순

2025-10-17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 #도서#양귀자
바라는 것과 행하는 것은 같을 수 없는 것일까. 모순에서는 주인공 '안진진'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총 17장으로 나뉘어있다. 한 사람의 인생은 모순으로 가득하며 평면적일 수 없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 같다.

서시
1. 생의 외침

안진진은 적당히 살아온 사람이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안진진은 이렇게 외쳤다.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삶에 대해 방관하고 냉소적으로 살던 안진진이 스물 다섯이 되어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결혼 적령기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안진진에게 결혼이란 어떤 의미인가.
01.12 15:15 답변

서시
2. 거짓말들

안진진의 어머니는 일란성 쌍둥이다. 하나가 반쪽으로 나뉜 것처럼 똑같던 어머니와 이모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모두 결혼에서 시작된 일이다. 이모는 점잖은 남자와 결혼해 어릴 적과 같이 세련되게 사는 한 편, 건달과 결혼한 어머니는 악바리가 되었다. 안진진은 그런 어머니가 부끄러워 이모가 제 엄마였으면 하고 바라게 됐다. 자신의 소개팅에서 우연히 만난 이모를 소개팅 상대에게 저도 모르게 제 어머니라고 소개하기까지 하면서.

비슷한 감정을 안다. 우리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따라 둘 다 직업군인이 되었다. 아버지는 육군, 작은 아버지는 공군을 택했는데 어릴 적 작은 집과 우리 집의 살림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집이 없어 나라에서 주는 집에서 살고 있는 우리 집과, 비밀번호를 누르고 엘레베이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는 집에 사는 작은 집. 비행기라고는 타본 적도 없던 우리 형제들과 아버지를 따라 매번 다른 나라에 가 나라 별로 사온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작은 집 사촌들. 그들이 자신의 장난감에는 손도 못 대게 할 때마다 나는 왜 아버지가 공군을 선택하지 않은 건지 분통터져야만 했다. 같은 아버지 아래 자랐으면서도 선택 한 번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는 안진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므로 안진진의 첫 번째 모순은 이것이다.
01.12 15:23 답변

서시
3. 사람이 있는 풍경

안진진에게는 두 명의 결혼 예정 상대가 있다. 나영규와 김장우다. 결혼 하나로 다른 인생을 살게 된 어머니를 교본 삼아 안진진은 결혼을 쉽게 결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안진진은 두 사람을 저울 위에 올릴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날은 두 사람에게 오늘 만날 수 있냐고 연락을 남겨 가장 먼저 연락이 오는 이와 데이트를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가장 먼저 연락이 온 건 나영규였다. 김장우는 조금 뒤늦었다. 안진진은 자신의 선택으로 나영규와 데이트를 하면서도 싫증을 느낀다. 자로 잰 것처럼 빡빡한 일정에 계획대로 움직이는 나영규에게 습관적으로 웃어주면서도 김장우를 떠올렸다. 언제라도 가방을 둘러메고 떠나는 게 익숙한 김장우는 안진진을 만족시킬 수 있었을까?

이모부와 닮은 나영규와 제 아버지와 닮은 김장우 사이에서 안진진은 여전히 갈등한다. 아버지를 택한 어머니를 그렇게 한심하게 여겼으면서. 이모의 삶을 동경했으면서. 나영규를 선택하지 못한 것은 왜일까?

이것이 두 번째 모순이다.
01.12 15:32 답변

서시
4. 슬픈 일몰의 아버지

나보다는 어머니가 공감할 만한 부분이었다. 안진진의 아버지는 유명한 술꾼이었다. 젠틀한 평소의 모습과 다르게 술이 들어가면 건달로 변하는 술꾼. 안진진이 커가면서는 대부분 술에 절어있었으므로 건달이 맞다. 안진진은 어머니에게 빌붙어 돈을 뜯고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에게 환멸을 내면서도 동정심을 느낀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르면서도 괴로워보였던 까닭이다. 난 이것이 본인에 대한 자기연민과 피해의식으로 가득찼기 때문으로 여겨졌는데 안진진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슬픔에 큰 동정을 느낀 것만 같았다. 폭력이 제게로 쏟아지지는 않았던 탓인 것 같다.

우리 어머니가 딱 그런 감정을 가지고 아버지를 대하기에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미운 사람, 그러나 불쌍한 사람. 이런 모순적인 감정은 인간이기 때문에 느끼는 걸까? 안진진은 "해질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 돼. 그러다가 하늘 저켠에서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거든..."라며 일몰에는 항상 들어왔던 아버지가 더이상 일몰에도 돌아오지 않게 되어도 안진진은 아버지가 돌아올 것을 믿는다. 끝까지 제 아버지를 긍정한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힘들게 만든 아버지를 부정하지도 못하는 것. 이것이 세 번째 모순이다.
01.12 15:42 답변